1. 공황장애의 원인
누군가 공황장애라는 말을 꺼냈을 때, 나는 그 단어가 지닌 무게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불안하거나 조금 심하게 놀라는 수준일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막상 겪어보면, 그건 단순한 긴장이나 초조함 같은 감정이 아니다. 몸 전체를 덮는 차가운 공포,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호흡곤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가슴 두근거림. 마치 어둠 속에 홀로 내던져진 기분이랄까. 그 고통의 근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유전과 생물학적 요인, 공황장애는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뇌의 생화학적 불균형, 특히 세로토닌(serotonin),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Biological Psychiatry』(2022년)에 실린 논문에서도, 뇌의 편도체 활동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사람들이 공황발작을 더 자주 경험한다는 결과가 있다. 즉, 위협을 과장되게 인식하는 뇌 구조가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전적인 소인도 무시할 수 없다. 부모나 형제 중 공황장애를 겪은 이가 있다면 그 위험도는 최대 5배까지 높아진다. 하지만 유전이 전부는 아니다. 환경과 경험이 그 불안의 씨앗을 자극하기도 한다. 심리적 요인과 트라우마, 어릴 적 겪은 학대나 버림받음 같은 심리적 트라우마는 뇌에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무의식에 남아 어떤 자극을 받으면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다. 특히 완벽주의적 성향,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은 공황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장 위험하다고 느낀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은 마음 한구석에 늘 칼날처럼 존재했다. 겉으론 아무 문제없어 보여도, 내면은 이미 망가진지도 모른다. 사회 환경과 스트레스,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하고 비교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직장, 인간관계, 경제적 불안.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환경과 고립감은 사람들의 심리적 내구력을 무너뜨렸다. 미국 심리학회(APA)가 2023년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불안장애와 공황장애 진단 비율이 약 40%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마음은 결국 어디선가 터지고 만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말하지만,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사람을 짓누르는지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공황장애는 그 누적된 결과일 뿐이다. 갑자기 폭발한 게 아니라, 조용히 스며든 것이다.
2. 공황장애의 치료
공황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갑작스레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식은땀이 흐르고,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게 맞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을 정도로 괴롭다. 그런 순간이 반복되면 사람은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내가 이상한 걸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맴돈다. 하지만 아니다. 그건 질병이고, 치료할 수 있는 문제다. 첫걸음은 인정에서 시작된다, 치료의 첫 단추는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처음엔 부정하고 버텨보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긴커녕 더 악화됐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그때서야 이게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공황장애라는 걸 알게 됐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용기 있는 선택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도 공황장애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면 상당히 호전된다고 밝히고 있다. 중요한 건 내 몸과 마음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약물치료, 잘 쓰면 든든한 버팀목. 가장 널리 사용되는 건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다. 불안의 원인이 되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주는 약인데, 효과는 보통 2~4주 뒤부터 나타난다. 처음엔 약 먹는 게 조금 꺼려졌지만, 치료과정에서 의사와 긴밀히 소통하면 부작용도 관리 가능하다. 요즘은 약 성분도 훨씬 안전해졌기 때문에 지나친 걱정보다는, 도움을 주는 도구라고 받아들이는 게 좋다. 가끔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도 사용된다. 다만 이건 중독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만 쓰는 게 권장된다. 모든 치료는 개인의 상태에 맞춰 조절돼야 하고, 그 판단은 전문가 몫이다. 인지행동치료,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해보니까 다르다. 공황이 시작되는 순간을 되짚어보고,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패턴이 보인다. 또 숨을 못 쉬면 어쩌지? 라는 반복되는 공포. 그걸 글로, 말로 꺼내놓다 보면 점점 거리감이 생긴다. 인지행동치료는 바로 이 왜곡된 사고를 교정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무섭다면, 그 공포가 어디서 왔는지 탐색하고, 실제 위험은 얼마나 되는지 현실적으로 재구성해보는 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고방식을 점차 바꾸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도 공황장애 환자에게 CBT(인지행동치료)가 약물치료 못지않게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일상 속 실천도 중요하다. 치료는 병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꾸준한 생활습관,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이런 기본이 무너졌을 때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 요가나 명상도 꽤 도움이 된다. 처음엔 어색해도 하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정리된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도 좋았다. 내 감정을 일기처럼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무너졌던 내면이 조금은 정리된다. 사람마다 방식은 다르겠지만, 분명 자신에게 맞는 치유 방법이 있다.
3. 공황장애의 예방
공황장애를 한 번 겪고 나면, 마음속 깊은 곳에 작은 두려움이 자리잡는다.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발작. 그걸 다시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당연하다. 그래서 더더욱 예방이라는 단어가 중요해진다.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약을 먹으면서도, 마음이 아플 때는 견디는 쪽을 택한다. 그냥 지나가겠지. 누구나 힘든 거잖아. 그런 생각들로 자신을 방치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무너진다. 공황장애는 단지 특정 사건 하나로 생기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스트레스, 무시했던 감정들, 지나친 자기비판이 쌓이고 쌓여서 터지는 거다. 그러니 예방은 일상에서 조금씩 실천하는 수밖에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기, 가장 기본적인 생활습관. 식사, 수면, 운동. 이게 무너지면 마음도 휘청인다. 특히 수면은 무시할 수 없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SF)에서는 하루 7~8시간의 숙면이 정신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불면이 시작되면 공황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굳이 헬스장이 아니어도 좋다. 동네 한 바퀴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진다. 심장이 뛰는 만큼 스트레스가 빠져나간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불안 완화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많다. 예일대학교의 한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운동을 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불안지수가 눈에 띄게 낮았다고 한다. 마음 근육을 키우는 연습, 몸을 챙겼다면 이제는 마음이다. 그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무책임하다. 하지만 사고방식을 점검하는 건 분명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미래를 걱정하거나, 결과를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습관이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감정 기록이었다. 하루에 한 번, 내가 오늘 느낀 감정을 한 문장씩 써보는 것. 오늘은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무너졌다. 이런 식으로 짧게라도 써보면 감정의 흐름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정리된다. 관계에서의 예방, 사람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하고, 치유하게 만들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무너질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의 한 마디로 다시 숨 쉴 수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공황장애 예방의 열쇠가 된다. 불필요한 비교와 경쟁에서 거리를 두는 것.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기대에 맞추지 않는 것. 그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 이 단순한 진실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공황장애는 삶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멈춰서 내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신호일 수 있다. 지나친 자기 몰입과 강박에서 한 발짝 물러나,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시 무너지지 않는 힘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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