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갱년기 정보
한동안 이유 없이 짜증이 났다. 자꾸만 불안하고,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고 식은땀이 났다. 잠은 들지 않고,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무거웠다. 처음엔 그냥 스트레스인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을 찾고 나서야 갱년기라는 단어와 마주하게 됐다. 갱년기는 단순히 나이 들며 오는 변화가 아니다. 여성의 경우, 난소 기능이 점차 저하되며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대개 45세 전후로 시작되고, 폐경을 전후한 시기가 그 절정이다. 남성에게도 갱년기가 있다. 하지만 증상이 더 서서히, 조용하게 찾아온다. 에스트로겐은 단지 생식기능만 조절하는 호르몬이 아니다. 뼈 건강, 심혈관, 피부 탄력, 정서 안정까지 거의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그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몸과 마음이 함께 흔들린다. 열감, 발한, 가슴 두근거림, 우울감, 기억력 저하 등. 그 모든 게 갱년기 증상이다. 문제는 이 시기를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그냥 성격이 예민해졌다고 여길 수도 있다. 누군가는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변화 뒤에는 몸속 호르몬이라는 물리적인 원인이 숨어 있다. 개인차가 큰 것도 특징이다. 어떤 사람은 겉으로 티도 안 나고 조용히 지나가기도 한다. 반면 누군가는 5년, 10년 동안 증상에 시달린다. 나도 어느 날 갑자기 울컥하는 감정을 주체 못 해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이유도 없고, 뚜렷한 사건도 없었지만 그냥 감정이 폭발하듯 쏟아졌다. 갱년기는 변화의 시기다. 끝이 아니라 전환점. 다시 말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걸 아는 순간부터, 이 시기를 두려워하기보단 받아들이게 됐다.
2. 갱년기 원인
갱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호르몬 변화다. 여성이라면 난소의 노화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결국 폐경을 맞는다. 그 변화는 단순히 생식기능의 종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신체 전반에 영향을 준다. 에스트로겐은 자궁과 난소뿐 아니라 뇌, 피부, 뼈, 혈관, 심지어 감정까지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이 줄면 체온 조절 기능이 흔들리고, 감정 기복도 심해진다. 그게 바로 갑작스러운 열감, 땀, 불면, 우울감의 원인이다. 남성의 경우에도 갱년기는 존재한다. 테스토스테론, 즉 남성호르몬이 40대 후반부터 서서히 줄기 시작한다. 다만 여성처럼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아 증상이 덜 드러나는 것뿐이다. 하지만 성욕 감소, 피로, 의욕 저하, 체중 증가 등은 분명히 나타난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음, 흡연 같은 생활습관도 갱년기를 앞당길 수 있다. 특히 과도한 다이어트나 불규칙한 식사는 여성호르몬 생산을 더 빠르게 저하시킨다. 나 역시 불규칙한 수면과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지 못한 채 맞이한 갱년기였다. 더 빨리 시작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전적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어머니가 갱년기 증상이 심했다면, 딸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체질, 성격, 호르몬 민감도까지도 어느 정도 유전된다는 연구도 있다. 갱년기의 원인은 단일하지 않다. 나이, 호르몬, 환경, 정신 상태가 모두 겹쳐서 만들어낸 결과다. 그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고, 해법도 다르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이해받기 힘든 시기라고 생각한다.
3. 갱년기 치료방법
갱년기를 치료한다는 말이 어딘가 낯설게 들릴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인데, 치료까지 필요한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증상이 일상에 영향을 주는 수준이라면 관리가 필요하다. 나 역시 불면과 가슴 두근거림으로 밤잠을 설치기 시작하면서, 결국 병원을 찾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치료는 호르몬 대체요법(HRT)이다.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외부에서 보충해 주는 방식이다. 이 치료는 안면홍조, 수면장애,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장기 복용 시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호르몬 치료가 부담스럽다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이나 한방요법도 고려할 수 있다. 콩, 석류, 참깨 같은 음식은 에스트로겐 유사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두유와 석류즙을 꾸준히 마셨는데, 기분 변화가 조금은 덜 심해졌던 것 같다. 정신적 안정도 중요하다. 명상, 요가, 산책, 가벼운 운동은 기분 조절에 도움이 된다. 나 역시 하루 30분 걷는 습관을 들이면서 밤에 잠이 더 잘 오기 시작했다. 운동은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데, 폐경 이후엔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체중이 늘기 쉽기 때문이다.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불면증이 심하거나, 우울증 수준의 감정 기복이 나타난다면 약물치료나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갱년기 우울증은 뇌 호르몬 균형이 무너진 결과다. 가장 중요한 건, 내 몸과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참으려고만 하면 더 힘들다. 나는 처음엔 이걸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지?라는 자책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 몸이 말하고 있었고, 나는 귀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치료는 단지 약을 먹는 것만이 아니다. 변화에 적응하고, 내 삶의 리듬을 다시 조율하는 일. 그게 갱년기를 이겨내는 방법이 아니라, 건너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갱년기는 누구나 겪지만, 누구나 똑같이 겪진 않는다. 각자의 리듬으로 지나가는 터널, 그 안에서 나를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된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무료 이미지 제공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