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냉방병 정보
여름이 반가우면서도 은근히 걱정이 됐던 이유, 바로 냉방병 때문이다. 한여름 에어컨 바람 아래 앉아있다 보면 분명 시원한데, 이상하게 몸은 무겁고 머리는 멍해진다. 목이 칼칼하고, 어깨가 뻐근해지고, 소화까지 안 되는 느낌. 그때서야 아, 냉방병이구나 싶다. 냉방병이라는 말은 공식 질병명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생활 속에서 너무 흔한 증상이라 이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온 차로 인한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무더운 외부와 차가운 실내를 반복적으로 오가면서 몸이 적응을 못하고 생기는 여러 증상들. 나 같은 경우엔 배가 자주 아팠고, 손발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주로 여름철 냉방이 과도한 환경에서 오래 생활할 때 나타난다. 사무실, 학원, 백화점, 지하철처럼 장시간 냉기가 유지되는 곳에 노출되면 몸의 체온조절 시스템이 흐트러진다. 특히 여성이나 평소 냉증이 있는 사람에게 더 취약하다. 내 주변에서도 대부분 여자 동료들이 더 자주 앓는다. 문제는 그 증상이 참 애매하다는 점이다. 감기처럼 콧물이 나기도 하고, 몸살처럼 근육이 뻐근하기도 하다. 소화가 안 되고 설사를 하거나, 두통과 피로감이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감기 같지만 감기는 아니고, 피로한 것 같지만 또 무리한 것도 아닌 그런 느낌. 병원에 가도 뾰족한 진단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더 애매하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냥 참는다. 나도 한동안은 체질 탓이라며 넘겼다. 하지만 반복되다 보니 이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내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컨 바람은 시원함만 주는 게 아니라, 몸 안 균형을 깨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2. 냉방병 발병원인
냉방병의 정확한 원인을 말하라면 온도 차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바깥은 33도, 실내는 22도. 무려 10도 이상 차이가 나는 공간을 오가다 보면 몸은 당연히 당황한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 냉방병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자율신경계는 체온, 맥박, 호흡 같은 기본적인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실내에선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고, 밖에선 다시 혈관이 확장된다. 이런 조절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엔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특히 여름철 냉방시설이 과도한 환경은 냉방병의 주된 원인이 된다. 에어컨을 얼굴이나 배에 직접 쐬거나, 하루 종일 차가운 공간에서 지내는 경우엔 더 위험하다. 내 경우에도 복부를 직접 찬 바람에 노출했을 때 소화불량과 복통이 심해졌다. 단순한 배탈이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또 한 가지는 땀. 밖에선 땀을 흘리지만, 실내로 들어오면 에어컨 바람이 땀을 빠르게 식혀버린다. 그 과정에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기 쉽다. 냉방병으로 어깨 결림이나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면역력도 관계있다. 평소 면역력이 약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자율신경계 조절 능력도 떨어지기 쉽다. 잠을 못 자고 피로가 쌓인 날에는 냉방병 증상이 더 두드러졌다. 결국 몸이 예민해졌다는 증거다. 직장인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처럼 장시간 실내에 머무는 사람들은 더 취약하다. 나도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앉아있다 보면 손발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움직임 없이 차가운 공기 속에 계속 있으면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이게 몸 곳곳의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것 같다. 냉방병은 더위 피하자는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시원함을 추구하다가 결국 내 몸의 기본 리듬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3. 냉방병 치료방법
냉방병이 심해졌을 때는 이건 감기인가? 싶어서 병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뚜렷한 바이러스 감염도 없고, 염증 수치도 정상이면 돌아오는 말은 늘 비슷하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쩐지 마음이 허탈하다. 근데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정답이긴 하다. 냉방병 치료는 딱히 정형화된 약이나 처방이 없다. 왜냐하면 뚜렷한 병으로 분류되기보다, 증상들의 묶음이기 때문이다. 치료보다는 관리, 회복, 자율신경계의 재정비가 핵심이다. 먼저 온도 관리가 기본이다. 실내 온도는 25~27도 정도로 맞추고, 외부와 차이가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가능하면 직접 바람을 맞지 않도록 자리를 바꾸거나, 찬 바람이 배나 목에 닿지 않게 얇은 옷을 덧입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도 여름이면 항상 가디건 하나를 책상에 걸어둔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효과는 꽤 있다. 두 번째는 따뜻한 음식 섭취다. 여름이라고 냉면, 아이스커피, 얼음물만 찾다 보면 속은 점점 차가워진다. 몸속이 차가우면 소화 기능도 떨어지고, 몸이 무거워진다. 나는 여름에도 따뜻한 국을 자주 먹으려고 한다. 반쯤 습관처럼 말이다. 운동도 좋다. 가볍게 땀을 내는 운동은 자율신경계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무리한 근력운동보다는 걷기, 스트레칭, 가벼운 요가 같은 게 좋다. 땀이 식지 않도록 마무리 후에는 바로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한방에서는 냉방병을 기허증이나 음허증의 일종으로 보고, 따뜻한 성질의 한약이나 뜸 치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나도 예전에 한의원에서 뜸을 떠본 적이 있는데, 의외로 몸이 개운해졌던 기억이 있다. 약물치료는 증상에 따라 사용된다. 두통이나 복통이 심할 경우 진통제를 쓰기도 하고, 소화불량이나 설사가 지속되면 위장약을 처방받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증요법일 뿐,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결국 냉방병 치료는 내 몸의 온도를 스스로 지켜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시원함을 택하는 순간, 그 뒤에 따를 불편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몸은 그렇게 쉽게 속지 않는다. 냉방은 선택이지만, 그에 따른 영향은 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작은 습관 하나로도 냉방병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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