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들이 많은 도시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들면서 다양한 지역의 음식 문화가 혼합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월을 견뎌낸 오래된 맛집들이 탄생했다. 부산의 각 지역에는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돼지국밥집부터 정통 중국 만두집,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내는 노포까지 다양한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글에서는 부산의 지역별로 50년 이상 된 전통 맛집들을 소개해보겠다.
1. 부산 노포여행 (중구)
부산 중구는 국제시장 등이 자리하고 있는 부산의 원도심으로 오래된 전통 맛집들이 많은 곳이다. 그중 몇 군데를 소개해보겠다. 할매가야밀면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밀면집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인 밀면의 원조격인 식당이다. 한국전쟁 이후 냉면을 먹고 싶었지만 귀한 메밀을 구할 수 없던 사람들이 메밀 대신 밀가루로 만든 면을 개발하면서 밀면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집은 1953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시원하고 진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68년 문을 연 이재모 피자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피자 전문점이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전통 미국식 피자를 고수하며, 담백한 도우와 풍부한 치즈 맛이 특징이다. 요즘 유행하는 씬도우나 화덕 피자와 달리,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의 클래식한 피자를 맛볼 수 있다. 국제시장 근처에 위치한 ‘할매낙지’는 1950년대부터 영업을 시작한 부산식 낙지볶음 원조 맛집이다. 연탄불에 볶아낸 낙지는 깊고 진한 불맛이 배어 있고, 여기에 매콤 달콤한 양념이 더해져 중독성 강한 맛을 자랑한다. 원조할매유부전골은 부산식 유부전골의 원조 맛집이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1950년대부터 유부전골을 팔기 시작한 곳으로, 깊고 진한 국물과 쫄깃한 유부의 조합이 인상적인 곳이다. 특히 유부 속에 당면과 각종 재료가 가득 차 있어서 씹는 맛이 좋다. 부산어묵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집 중 하나로, 60년 넘게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직접 만든 수제 어묵을 판매한다. 국물 어묵뿐만 아니라 다양한 어묵튀김도 인기다.
2. 부산 노포여행 (서구)
부산 서구는 아미동과 충무동이 있는 곳으로 중국풍 요리와 해산물 맛집이 많은 곳이다. 대표적인 몇 곳을 소개해보겠다. 신발원은 1951년부터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정통 중국식 만두 전문점이다.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내려오면서 중국식 요리를 전파했고, 그중에서도 신발원의 고기만두와 찐빵은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맛으로 유명하다. 만두소는 육즙이 가득하고, 찐빵은 촉촉하면서도 달콤한 팥이 가득 차 있어서 인기가 많다. 대성식당은 1970년대부터 부산식 아구찜을 만들어온 전통 있는 식당이다. 다른 지역보다 맵고 칼칼한 양념이 특징이며, 신선한 아구의 부드러운 살과 아삭한 콩나물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할매팥죽은 1940년대부터 대를 이어 운영해 온 전통 팥죽집이다. 오랜 시간 고아낸 팥으로 만든 팥죽은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며, 겨울철이면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대원해물찜은 칼칼하고 감칠맛 나는 양념이 특징인 해물찜 전문점이다. 낙지, 아귀, 가리비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가며, 양념이 진하고 깊은 맛이 난다. 충무돼지국밥은 서구 충무동에서 1960년대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돼지국밥집으로, 국물의 깊이가 남다른 곳이다. 돼지고기를 푹 고아낸 육수는 진하고 감칠맛이 강하며, 부드러운 수육이 넉넉하게 들어가 있다. 국밥과 함께 나오는 새우젓 양념이 별미다.
3. 부산 노포여행 (동구)
부산 동구는 부산역 근처로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다양한 맛이 형성된 곳이다. 동구의 노포 맛집 몇군데를 소개해보겠다. 초량불백은 숯불 향이 살아있는 불고기 백반 원조집이다. 부산역 근처 초량동에 위치한 초량불백은 1970년대부터 한결같이 불고기 백반 한 메뉴만을 고집하고 있다. 얇게 썬 돼지고기를 달달한 양념에 재워 숯불에 구워낸 후, 밥과 함께 제공하는데, 불맛이 강하게 배어 있어 입맛을 돋운다. 무려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옥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설렁탕 전문점이다. 오랜 시간 푹 고아낸 사골 국물은 뽀얗고 깊은 맛을 자랑하며, 부드러운 고기와 어우러져 진한 감칠맛을 낸다. 부산 족발은 부산역 근처 60년 전통의 족발집이다. 부산식 족발의 원조로 불리는 곳으로, 오랜 시간 동안 특제 양념을 발라 구운 족발이 대표 메뉴다. 탱글탱글한 족발의 식감과 감칠맛 나는 소스가 조화를 이룬다. 초량밀면은 초량동에서 1960년대부터 운영해 온 밀면집으로, 시원하고 진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부산 밀면의 정통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으며,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가 별미다. 범일동할매순대국밥은 60년 전통의 순대국밥집으로 부산에서 손꼽힌다. 이 집은 진한 국물과 쫄깃한 순대가 특징이다. 직접 만든 순대는 잡내 없이 깔끔하며, 국물은 사골을 푹 고아내 깊은 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