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문증 정보
언젠가부터 눈앞에 검은 점이 떠다니기 시작했다. 먼지가 낀 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렌즈를 닦아도 사라지지 않았다. 흰 벽을 볼 때, 맑은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그 점이 따라다녔다. 처음엔 그게 뭔지도 몰랐다. 그게 바로 비문증이었다. 비문증은 눈 속에서 '무언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다. 흔히 날파리증이라고도 부른다. 그 모양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실처럼 보이기도 하고, 작은 점, 그물, 벌레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실제로 눈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눈 안, 정확히 말하면 유리체라는 투명한 젤리 같은 물질 속에서 생긴 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눈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 유리체는 눈알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으며, 빛이 망막에 도달할 수 있도록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거나, 어떤 변화가 생기면 이 유리체에 불순물이 생긴다. 이 불순물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막거나 굴절시켜 우리 눈에는 마치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비문증은 대부분 무해하다. 특별한 치료 없이도 살면서 그냥 신경 쓰이면 불편한 수준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갑자기 심해졌거나, 섬광이 보이거나, 시야가 가려지는 느낌이 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 경우엔 망막박리나 출혈 같은 심각한 질환일 수 있다. 병원에 가야 한다. 나도 처음 비문증을 겪었을 땐 한참을 걱정했다. 실명까지 이어지는 병은 아닐까 두려웠다. 그런데 검사를 받아보니 다행히 특별한 병변은 없었고,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했다. 물론 안심은 됐지만, 여전히 날파리처럼 따라다니는 게 귀찮은 건 사실이다. 비문증은 그 자체로 병이라기보단, 눈이 보내는 변화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불편한 증상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큰 병의 전조일 수도 있다. 그래서 무시하긴 어렵다.
2. 비문증 발병원인
비문증이 생기는 이유는 하나만이 아니다. 겪어보니 알겠다. 이게 단순한 노화의 한 과정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물론 가장 흔한 원인은 나이와 관련된 변화다. 나이 들수록 눈 안의 유리체가 점차 수축하면서 덩어리처럼 응집되는데, 그 덩어리가 눈 안에서 떠다니며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보통 중년 이후에 더 자주 생긴다. 그런데 젊은 사람에게도 생긴다. 나 역시 삼십 대 초반에 처음 겪었다. 밤을 새우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갑자기 점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의외로 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인 요인도 비문증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눈이 예민해질수록 유리체의 미세한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근시도 큰 요인 중 하나다. 고도근시가 있을 경우 유리체 변화가 빨리 찾아오고, 그만큼 비문증 증상도 빨리 나타나는 편이다. 실제로 고도근시인 사람은 망막이 얇고 약하기 때문에, 비문증이 망막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단순한 점처럼 보이는 것이 그 시작일 수도 있다. 외상도 원인이 된다. 눈을 세게 부딪히거나, 머리를 다치는 등의 충격은 유리체에 변형을 일으켜 비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눈 수술 후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갑자기 비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역시 수술 과정 중 유리체의 위치나 형태가 바뀌면서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전신질환도 관련 있다. 특히 당뇨망막병증은 유리체 내 출혈을 유발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검은 점이나 덩어리가 보이게 된다. 그건 단순한 비문증이 아니다. 그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비문증은 여러 가지 원인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증상이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고, 누구에게나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해한 신호일 수도 있지만, 가벼이 넘기기엔 너무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3. 비문증 치료방법
비문증은 치료가 필요 없는 증상이라고 말하는 의사가 많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비문증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흐릿해지거나, 뇌가 익숙해져서 인식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시간 동안 참는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나는 처음 비문증을 겪고 나서 몇 주간은 정말 괴로웠다. 모니터를 볼 때마다 점이 따라다니고, 책을 읽을 때도 눈앞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눈을 감아도 잔상이 남는 것 같아 불안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별의별 민간요법이 나왔지만, 대부분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정식 치료로는 레이저 유리체 용해술(Vitrolase)이라는 방법이 있다. 눈 안에 떠다니는 혼탁 물질을 특수 레이저로 분해해 시야를 맑게 해주는 방식이다. 비침습적이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널리 시행되진 않는다. 효과도 사람마다 다르고,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보다 근본적인 치료는 유리체 절제술이다. 말 그대로 유리체를 제거하고, 깨끗한 인공액으로 대체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이건 리스크가 크다. 백내장 발생 가능성, 감염, 망막박리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비문증 하나만으로 권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도 그 설명을 들은 후엔 지금 상태가 그리 나쁜 건 아니구나 싶었다. 결국 중요한 건, 증상이 얼마나 일상에 영향을 주느냐는 점이다. 내 경우엔 시간과 관리로 증상이 점점 무뎌졌다.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눈 피로를 줄이기 위해 모니터를 어둡게 조정하고, 수면 시간을 늘리며 조금씩 나아졌다. 눈 운동이나 눈 마사지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생활습관이 더 중요했다. 비문증은 치료보다 수용과 적응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위험 신호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갑작스럽게 번개처럼 번쩍이는 섬광이 보이거나, 점이 갑자기 늘어난다면 꼭 병원에 가야 한다. 망막이 찢어지기 전 보내는 마지막 신호일 수도 있으니. 비문증은 익숙해질 수 있지만, 무시해선 안 되는 증상이다. 작은 그림자 뒤에 더 큰 문제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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