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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게실염 (증상, 원인, 치료)

by goldinfomessenger 2025. 4. 24.

위장기관
생소한 게실염 (증상, 원인, 치료)

1. 게실염 증상 - 장이 보내는 침묵의 신호들

게실염. 언뜻 들어보면 생소하지만, 이 병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조용히 진행된다. 어떤 병들은 갑작스럽고 확실한 신호를 보내지만, 게실염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게실염은 주로 좌측 하복부 통증으로 나타난다. 특히 시그모이드결장(Sigmoid colon) 부위에서 통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 부위는 대장의 끝자락으로, 게실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다. 통증은 한 번 아프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점점 강도가 세지고 깊어진다. 움직이거나 기침할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이 외에도 미열, 오한, 구역질, 식욕 저하, 그리고 무엇보다 배변 습관의 변화가 동반된다.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나기도 하며, 배에 가스가 차서 복부팽만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증상들은 일반적인 장염과 유사해 쉽게 오진되기도 한다. 2020년 미국 Mayo Clinic의 발표에 따르면, 급성 게실염 환자의 약 20%는 응급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특히 복막염이나 장천공이 동반된 경우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며칠 참다가 더 큰 병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필자 주변에서도, 단순 배탈이라고 넘긴 통증이 며칠 후 응급실행으로 이어진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장 천공이었다. 그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게실염이 결코 가벼운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초기 게실염은 혈액검사에서 CRP(C-reactive protein) 수치가 올라가며 염증의 존재를 알 수 있다. CT 촬영을 통해 진단이 확정되는데, 복부초음파보다는 복부 CT가 훨씬 정확하다고 여러 논문에서 지적한다. 한국소화기학회지(KJG, 2021년)에 따르면, CT의 민감도는 약 95%에 달한다.

2. 게실염 원인 - 소화기의 흔들리는 평형

게실염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게실(Diverticulum)**이라는 주머니의 형성이다. 대장의 벽이 약해지면서 내부 압력에 의해 작은 낭처럼 튀어나오는 구조물이다. 나이가 들수록 장의 탄성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게실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마련된다. 하지만 단지 나이 탓이라고 넘길 수는 없다. 식이섬유 부족은 거의 모든 논문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요인이다. 식이섬유는 장내 압력을 낮추고, 변을 부드럽게 하며 장 통과 시간을 단축시킨다. 그런데 가공식품, 정제된 탄수화물, 육류 위주의 식단은 이 흐름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장은 점점 게을러지고, 압력은 올라가고, 결국 게실이 생긴다. 그런데 이 게실 자체는 병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증상 없이 수십 년을 살기도 한다. 문제는 게실 안에 음식 찌꺼기, 박테리아가 끼고 염증이 발생할 때다. 이때가 바로 게실염이다. 현대 의학에서는 게실염의 원인 중 하나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을 지목한다. 2021년 Journal of Clinical Gastroenter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등의 유익균 비율이 낮고, 염증 유발 세균인 **엔테로박테리아(Enterobacteriaceae)**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게실염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비만, 운동 부족, 흡연, 만성 스트레스도 게실염 발생에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를 자극하여 장의 연동운동을 방해하고, 장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코르티솔 수치를 높인다. 이와 함께 항생제를 자주 복용하거나, NSAIDs(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도 게실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3. 게실염 치료 - 절제와 회복의 균형

게실염 치료는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항생제 치료가 기본이다.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 같은 약물을 조합해 복용한다. 최근에는 모노테라피(monotherapy) 방식으로 **아목시실린+클라불라네이트(Amoxicillin-clavulanate)**를 단독 사용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경구 약물 치료와 함께 **저잔사 식이요법(low-residue diet)**을 병행한다. 식이섬유가 적고, 장을 자극하지 않는 식단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급성기에는 금식을 하기도 하며, 필요시 수액 치료를 통해 탈수를 막는다. 하지만 복막염, 농양, 장천공이 동반된 중증 게실염은 입원 치료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는 내과적 치료만으로 회복되기 어렵고,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하트만 수술(Hartmanns procedure)**이 대표적이며, 장의 일부를 절제한 뒤 장루를 형성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선택적 게실 절제술도 시행된다. 여러 차례 게실염을 앓은 환자에서 장의 특정 구간을 잘라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장 절제술은 수술 후 합병증 가능성도 있어,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치료 이후에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식습관 개선이 핵심이다. 하루 25~30g 이상의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 꾸준한 유산균 보충,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필자도 이 경험을 계기로 채소와 통곡물 위주의 식단으로 바꿨고, 장 건강에 큰 차이를 체감하고 있다. 게실염은 한 번 앓고 끝나는 병이 아니다. 반복되면 점점 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초기에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평소의 습관이 중요하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음식 하나에도 생각을 더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제공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