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왕오천축국전의 개요
왕오천축국전은 신라의 승려 혜초가 8세기 초 인도를 여행하고 남긴 기록이다. ‘오천축국’이란 인도를 뜻하며, 즉 “인도 5천축국을 다녀온 기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혜초가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경험한 것들을 기록한 일종의 여행기이자 역사서이다. 혜초는 신라에서 출생한 승려로, 불법을 공부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와 인도를 직접 여행했다. 당시 인도는 불교의 본고장이었으며, 불교를 깊이 연구하고자 하는 동아시아 승려들에게는 성지나 다름없었다. 혜초는 당나라에서 출발하여 서역을 거쳐 인도에 도착했고, 이후 다시 중앙아시아를 거쳐 귀국하는 여정을 기록하였다. 왕오천축국전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아시아인의 인도 및 서역 여행기 중 하나이며,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문화, 사회, 종교, 정치 상황 등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왕오천축국전은 오랫동안 역사 속에 묻혀 있다가, 1908년 프랑스 탐험가 폴 펠리오가 중국 둔황의 막고굴에서 발견하면서 세상에 다시 알려졌다. 당시 펠리오는 당나라 시대의 다양한 문서들이 보관된 막고굴의 장경동에서 혜초의 기록을 발견했으며, 이후 이를 프랑스로 가져가 연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원본의 상당 부분이 유실되었으며, 현존하는 부분은 전체 원문의 약 1/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남아 있는 왕오천축국전의 원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불완전한 형태지만 8세기 인도의 상황을 전해주는 매우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2. 왕오천축국전의 내용
혜초는 불교를 배우기 위해 신라에서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으며, 이후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 출발하여 서역과 인도를 여행했다. 그의 여행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혜초는 당나라 장안에서 출발하여 중앙아시아 지역을 거쳐 인도로 향했는데 자세한 경로를 보면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들을 거쳤으며 현재의 신장 위구르 지역과 파미르 고원을 지나 인도로 입국했다. 혜초는 인도의 다섯 주요 지역을 여행하며 불교 성지를 순례했는데 당시 인도는 불교의 중심지였으며, 다양한 불교 사원이 존재하여 혜초는 불교의 본산인 나란다 대학을 방문하여 불법을 연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된다. 혜초의 귀국 여정을 살펴보면 혜초는 인도에서의 수행을 마친 후 해로가 아닌 육로를 이용하여 중앙아시아를 다시 거쳐 돌아왔다. 페르시아, 카슈미르, 아프가니스탄 등의 지역을 통과하며 여행했으며 이후 당나라로 귀환하여 여행 기록을 남겼다. 왕오천축국전은 혜초가 직접 경험한 인도와 서역의 다양한 문화를 기록한 책으로 남아 있는 부분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혜초는 인도를 5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동천축은 갠지스강 유역, 서천축은 현재의 파키스탄 및 서인도 지역, 남천축은 현재의 남인도 지역, 북천축은 현재의 네팔 및 북인도 지역, 중천축은 인도의 중앙 지역이다. 혜초는 5개, 각 지역의 기후, 생활 방식, 종교적 특징 등을 기록했다. 혜초는 인도의 다양한 생활 습관도 기록했는데, 예를 들어 인도인들이 동물을 신성하게 여겨 육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카스트 제도에 대한 기록도 남겼으며, 사회 계급에 따라 직업과 생활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설명했다. 불교 및 종교 상황에 대한 것도 기록했다. 혜초가 방문했을 당시 인도는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 자이나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었는데 혜초는 이런 내용과 불교 사원의 크기, 구조, 승려들의 생활 방식 등에 대한 자세한 기록도 남겼다. 혜초는 각 지역의 왕들이 어떻게 통치하고 있는지도 기록했다. 당시 인도는 일부 지역은 중앙집권적 왕국이었지만, 다른 지역은 여러 부족 국가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런 내용도 같이 기록했다.
3. 왕오천축국전의 의의
왕오천축국전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역사, 문화, 사회를 기록한 귀중한 사료이다. 왕오천축국전은 첫째로 불교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혜초가 기록한 내용은 당시 인도 불교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아시아 불교 승려의 인도 여행기로도 평가받는다. 왕오천축국전은 둘째로 실크로드 및 국제 교류 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혜초의 여행 경로는 실크로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당시 동아시아와 인도, 중앙아시아가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왕오천축국전은 셋째로 신라인의 국제적 활동을 보여주는데 가치가 있다. 신라인이 당나라를 넘어 중앙아시아와 인도까지 여행했다는 것은 8세기 신라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며 이는 신라가 고립된 국가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했다는 증거가 된다. 왕오천축국전은 신라 승려 혜초가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남긴 역사적 기록으로, 동아시아인이 남긴 가장 중요한 인도 여행기 중 하나다. 비록 원본의 상당 부분이 소실되었지만, 남아 있는 부분만으로도 당시의 인도 및 중앙아시아의 종교, 문화, 정치 상황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이 책은 불교사 및 실크로드 연구에 필수적인 자료로 평가되며, 한국이 세계와 활발하게 교류했던 역사를 증명하는 귀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